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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사공
2013/6/26(수)
시마을 충청문학 창간호 [푸른 하늘에 쓰다] (2012.5.18) - 시 8편  


      시마을 충청문학 창간호 [푸른 하늘에 쓰다] (2012.5.18) -  시 8편



      광막한 바다  /김춘경


      흐린 날에는 바다에 가고 싶다
      물안개로 머리카락에 집을 짓고
      세상만사 수평선 너머에 묻어 둔 채
      광막한 그리움 하나만 꺼내놓고
      알몸으로 그곳에서 뒹굴고 싶다

      심장 깊이 스며든 소금기에
      부패하지 않을 몸뚱이 되어
      오랜 이별 구름 속에 재워둔 채
      하늘처럼 흐린 바다에 드러누워
      하늘만 바라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깊은 바다에 수장(水葬)되고 싶다

      바다에 가면 그리움이 다 내 것이다
      바다에 가면 온 세상이 그리움이다
      바다에 가면 내가 바다가 된다
      바다에 가면 그대가 보고 싶다



      봄빛이 꿈을 꾸면  /김춘경


      뽀얀 자태에
      은근히 달아오른 봄 햇살
      바람을 응시하던 나무의 시선과
      마주치곤 웃는다

      꽃잎에 흘려놓은 미소
      연분홍 저고리 밑 풀어진 젖가슴을 지나
      갈색 치마폭 위를 가로지르면
      훈풍에 몸을 떨고
      한바탕 나뒹구는 꽃향기

      봄빛이 꿈을 꾸면
      벚꽃나무 가지마다 맴도는 바람
      새들처럼 지저귀며 노래하고
      꽃비내리는 사랑을 한다

      아, 참 좋은 봄날.



      새벽 강  /김춘경


      물안개 그윽한 강섶
      흔들리는 풀잎사랑,
      두 갈래 깊은 마음 하나로 뭉쳐
      두물머리 회합回合한 물줄기
      먼 산 앞에 침묵한다.
      바람도 한마디 말이 없고
      고요한 새벽 강
      그리움만 강물처럼 흐른다.



      구멍  /김춘경


      높은 곳에도 슬픔이 있는가
      명치끝이 신호를 보낼 때마다
      송곳에 찔린 듯 눈물을 흘린다

      구멍이 뚫렸다
      빗물이 대지를 뚫고
      강물이 흙탕물로 넘쳐나니
      낮은 세상에 비명이 난무하고
      대책 없이 불어난 강물엔
      원망만 가득하다

      슬픈 하늘에 구멍이 뚫려
      닫힌 동공에 구멍이 생겼다
      구멍 때문에 구멍이 커지고
      낮은 곳에선 눈물이 넘친다



      푸른 하늘에 쓰다  /김춘경


      고개 들어 하늘 보니
      눈길 닿은 흰구름
      오선지에 잠자는 쉼표처럼
      길게 누워 침묵하고,
      허공에 빗금진 옅은 속눈썹
      파리한 떨림으로
      느린 글자를 맞춘다

      귓가를 울리는
      먹먹한 바이올린 선율
      줄지어 쓰러져
      거센 신음 소리를 내고..

      ‘사필귀정(事必歸正)’
      푸른 하늘에 쓴 네 글자
      선명히 각인되다 사라지니
      지울 수 없는 잔상에
      어쩔거나 이 생경함,
      사방은 푸른 하늘인데
      천지는 온통 먼지투성이다



      9월의 하늘은  /김춘경


      깊다
      두레박에 닿을 수 없는 사랑
      멀고도 깊다
      언제 들어왔을까
      우물 속에 똬리를 튼 뭉게구름
      살며시 미동(微動)을 하니
      심연(深淵)의 푸른 물결
      가슴에 출렁이고
      9월의 하늘은 파랗게 침몰한다
      수장(水葬)되는 그리움...
      계절이 변해도 가지 못하는 구름
      우물가 부질없는 두레박질에
      가을 하늘은 깊어만 간다



      반숙과 완숙  /김춘경


      프라이팬에 달걀을 깨는 순간
      가두어두었던 쓴웃음
      와르르 소금가루처럼 쏟아진다
      단단한 껍질 속 투명한 액체
      세상 밖에 나와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뜨겁게 몸부림칠 때,
      사방에 튀는 그녀의 입질은
      끓는 기름에 부딪혀 더 높이 튄다
      앗, 뜨거 소리
      벌겋게 달궈질수록
      양쪽 귀를 간질이던 입김
      빈벽을 오가며 이간질에 바쁘다
      달걀 반숙처럼 어중간하면
      익을 수 없는 인간관계
      사람도 사랑도
      완숙이어야 제 맛을 알거나
      아님, 더 뜨건 맛을 봐야 알까나



      먼지  /김춘경


      햇살이 쏟아져 내린 그 오후
      허공을 날라 다니던 먼지 하나
      속눈썹에 내려앉았다

      일기예보도 없이 갑자기 흐려진 시야
      눈을 깜빡일 때마다 세상이 흔들린다
      맑음과 흐림의 빈번한 교차와 반복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속눈썹
      치를 떨 듯 몸을 떤다

      아주 작은 티끌에 불과해
      무게 없을 무게를 가졌건만
      내 시야를 가리니
      온 가슴에 바위덩이를 얹은 듯
      커다란 체증으로 내려앉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

      치켜뜬 두 눈에 돌처럼 박혀버린 너
      붉게 충혈 된 눈가에 햇살이 꽂힐 때마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내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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