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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춘경
2008/12/9(화)
힘겨운 인생, 저녁만큼 어두워지지 말자  

**** [김춘경 낭송칼럼] 힘겨운 인생, 저녁만큼 어두워지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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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인생, 저녁만큼 어두워지지 말자
 
김춘경기자
[김춘경 낭송칼럼]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낭송:김춘경)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경제가 어려워서 큰일이라고 걱정을 한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보람찬 결실을 맺어야 할 12월에 만족스럽고 흐뭇한 이야기들 보다는 어렵고 힘든 이야기들이 더 많이 들려 와 너나 할 것 없이 스스로 맥이 빠지는 요즘이다.

   얼마 전에, 경제난을 비관한 어떤 60대 독거노인이 장기기증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작은 소식이 있었다. 착잡한 마음을 더욱 가중시키며 우울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혼자서 먹고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견디기가 고통스러웠으면 스스로 목을 맸을까.

   이 소식에서 우리가 주목할만한 일은 경제난으로 힘들어 하던 개인의 죽음 뿐 아니라, 그가 유서에 자신의 장기와 전재산인 월세보증금 300만원을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기증하겠다고 한 것과 또한 기초생활수급권자인 그가 2005년 3월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장기기증 등록을 한 후 매달 5000원씩 후원을 해 왔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장기기증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형편에 매달 후원까지 했었다니, 보통 사람들에겐 5000원이 설렁탕 한 그릇 값 밖에 안 되도 그에게는 하루를 지탱해줄 큰 돈이었을 텐데, 참으로 가슴 한 편에 부끄러움마저 일게하는 소식이었다.
  혼자 외롭고 힘들게 삶을 지탱하며 수백 번은 더 세상을 미워했을 착한노인의 죽음과 그 안타까움에 고개를 숙이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다.

  가슴 싸해지는 이런 소식들을 접할 때면 문득 떠오르는 싯구가 있다.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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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1연 중에서 -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목을 맨 독거노인 뿐만 아니라 요즘같은 경제난 속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각가지 이유로 살기가 힘든 사람들에겐 유독 내 맘 같을 글귀다.
   죽을 만큼 힘든 사람들이라면 이세상이 어디 시인의 말처럼 세상을 스무 번만 사랑하고 스무 번만 미워했겠는가.
   하는 일마다 잘 안 되고 일상이 참담할 때, 구겨져 헌 옷이 된 생이라 느낀다면 어느 누군들 다림질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시인은 이에 머물지 않고 '남은 날'이 비록 적더라도 '저녁'이 오면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히는' 수고 정도는 해야 한다며 어두워져서는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2연)
           
   이 시의 위의 2연에서 알 수 있듯이, 슬프게 혹은 기쁘게도 내일은 또 다시 오기에, 오늘 죽음을 생각하기 보단 하루를 세수시키고 옷을 갈아 입혀 내일을 맞이하려는 스스로를 가다듬는 자세를 엿보게 한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라는 화자의 말에서 어두움으로 오는 일상의 모든 고통을 거부하고 멀리하려고 하는 강한 다짐을 느낄 수가 있다.             
   우리는 이런 마음을 가까이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오늘 사는 게 팍팍하더라도 내일의 태양은 또 내일 뜰 테니까.."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만, 내일 또 다시 세상을 미워하든지 아니면 더 많이 사랑할런지는 몰라도 오늘 저녁만큼은 어두워지기 싫은 마음은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공통된 일말의 실낱같은 희망이기에..
   이런 이유에서 이 시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피부로 느끼며 시를 읊조리고 싶은 것이다.

   이 시를 낭송하고 나서 하늘을 한 번 쳐다 보고 깊은 심호흡을 하니, 왠지 오늘 저녁은 어두울 것 같지 않은 게 세상이 갑자기 더 환하게 밝아져 옴이 느껴진다.
   지금 생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댄다고 느껴진다면, 큰소리로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라는 싯구를 외쳐 보면 어떨까 싶다.
   
   요즈음 우리경제는 세계적 경제불황 속에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라고까지 한다. 날로 치솟는 물가상승률에 실업률로 지난 IMF이후 경제고통지수가 최고라고 하는 요즘, 이럴 때일수록 더욱 힘을 합치고 마음을 합쳐야 하기에, 미약하지만 문학으로나마 우리들 마음을 강인하게 다잡는데 기여하는 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만 ......                                         © 김춘경기자



- 이기철 * 시인. 교수.  경남 거창 출생 (1943년 1월 9일 생)
            * 영남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 1972 <현대문학>으로 등단  
            * 한국시인협회원, 자유시동인,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
            * 시와시학상, 김수영문학상, 대구시문화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 시집: [청산행],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등 14권의 시집 외 다수 저서

- 김춘경 (金春璟)/사공 (1961년생): 시인, 시낭송가, 문화저널21 편집위원
              * 성신여대 정치외교과 졸업 , 목원대 피아노과 졸업
              * 2007년 미국 포이트리닷컴과 국제시선집 편집인 추천 우수상
              * 시집: [그대가 내게로 오기까지].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등..
              * 음반:  김춘경 시낭송, 시노래 기념음반 1,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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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9 [16:34] ⓒ 문화저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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