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김춘경
2008/9/1(월)
떠나고 싶은 계절, 가을에는..  

**** [김춘경 낭송칼럼] 떠나고 싶은 계절, 가을에는.. ****


* [문화저널21] 낭송칼럼 내용보기 ----> http://mhj21.com/sub_read.html?uid=5774§ion=section37§ion2=김춘경의%20낭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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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은 계절, 가을에는..

 
김춘경기자
[김춘경 낭송칼럼]
 
 
가을에는 기차를 타고  / 김춘경


또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가을엔 깨우지 못했던 영혼의 종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기차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삶의 조각들이 차창에서 신음을 하며 두 눈에 부딪혀 와도
그 가을이 아름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고단했던 마음들을 달래며 그렇게
달리는 기차에 부서지는 그리움들을 싣고 싶었습니다

올 가을에도 가슴 시린 이 하나 곁에 없다 해도
애틋한 영혼 소리를 담은 혼자만의 기차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뿜어낼 모양 없는 사연들 검은 연기로 날리며 내달리는 길
뒤돌아 보면 너무 빨라 아무것도 잡히지는 않겠지만
갈 길이 아득해 종착역은 몰라도 기쁜 마음으로 갈 것입니다

그러다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하루를 기대어 왔던
지나간 날들이 차창에 어리면 반갑게 웃어 줄 것입니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들꽃들의 미소, 사랑하는 사람들,
차창에 미끄러지는 바람의 소리를 사랑하겠습니다

또 가을이 왔습니다
또 어쩌면 고단한 날이 소리없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 그런 날이 오거든
나는 혼자서 기차를 타고 하염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영혼이 숨 쉬는 기차를 타고..


(낭송:김춘경) 



  가을이다. 어느새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던 여름날의 추억을 안고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구월이다. 엊그제 말복인가 싶더니 그새 처서를 지나고 가을은 소리없이 우리들 곁으로 다가와 귀뚜라미가 울어 댄다.
  사색의 계절이요, 고독의 계절인 가을이 되면 떠오르는 릴케의 시..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중략> 
                                                            - 가을날 / 릴케...중에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가 바람을 놓아 달라고 굳이 노래하지 않아도,  가을은 때가 되면 쓸쓸한 사람의 가슴을 에이는 바람으로 또는 풍요로운 대지를 흔드는 바람으로 어김없이 우리들 곁을 찾아오고 만다.

  가슴 속에 출렁이는 바람을 안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가을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혼자이든 누군가와 동행이든, 일상을 탈피해 어디론가 떠나 봄은 자아를 찾는 색다른 시도가 될 뿐 아니라, 바쁜 현대인의 메마른 영혼을 적시는 단비가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그래서 혹자는 여행이 영혼의 비타민이라고까지 하질 않는가.

  가을에 꿈꾸는 여행에는 비행기, 배, 자동차 등 여러 종류의 여행이 있지만, 그 중 기차여행을 빼놓을 수가 없다. 기차의 달리는 차창에 미끄러지는 풍경 속으로 스쳐 가는 것들을 애써 담으려 하지 않아도 절로 가슴에 녹아 들고, 창 밖에 떨어져 날리는 삶의 조각들이 하나씩 소리를 내며 흩어져 버려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기차여행..
 
  삶이 고단하거나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괜시리 마음이 쓸쓸해지고 누군가 곁에 있어도 고독해지는 계절인 가을엔 더구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것이다. 그리하여 일상에서 멀어진 어느 곳에선가 지친 삶을 위로 받으며 자아를 찾고 싶을 것이다.

  [가을에는 기차를 타고] 이 시는, 기차여행이라는 수단을 통해 인생과 영혼을 사색하고 스쳐 간 삶을 되돌아보며 감사하는 마음과 고단할지도 모를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담아내고자 쓰여진 시이다. 
 
  오래전 이 시를 녹음할 때를 회상하면, 스스로 기차여행에 도취되어 낭송하는 동안 내내 마음 속에 자유와 자아를 느끼며 행복해 했던 일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런 것 또한 역시 낭송문학의 매력이리라.
 
  -또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가을엔 깨우지 못했던 영혼의 종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기차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삶의 조각들이 차창에서 신음을 하며 두 눈에 부딪혀 와도
  -그 가을이 아름다울 꺼라 생각했습니다
  -고단했던 마음들을 달래며 그렇게
  -달리는 기차에 부서지는 그리움들을 싣고 싶었습니다 .....<중략>

  위의 낭송시의 1,2연의 표현에서처럼, 깨우지 못한 영혼의 종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기차에 부서지는 그리움을 실어보고 싶어지는 계절인 가을엔 미련없이 떠나 보자. 인간의 사색은 결국 혼자하는 것이기에, 혹여 동반자가 없어도 좋을 것이다.

  6년 전, 필자의 미국여행 중의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미국의 LA다운타운에서 출발하여 5시간을 태평양 해안선을 끼고 달리는 기차여행을 했었는데, 그 때 태평양바다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열차의 2층 관망 칸 끝에 혼자 앉아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쓰곤 하던 중년의 한 외국인 여자가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는 아마도 시인이거나 소설가 등 작가가 아니었을까도 싶지만, 그 땐 그저 평범해 보이는 한 여자가 혼자서 기차여행을 하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신선한 모습에서 가벼운 전기충격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앞을 향해 달리는 기차의 차창에 부서지는 한 여인의 삶이 어떤 질곡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인간의 고뇌와 깊은 사색을 끊임없이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여유롭고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가을에는 떠나 보자. 태평양 해안선을 끼고 달리는 화려한 2층 열차가 아니라도 좋다, 수원행 무궁화면 어떻고, 춘천행 완행열차면 어떠하랴. 
홀로 깨어 영혼의 종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산천초목이 아름답게 물들 이 가을엔 우리들의 메말라 가는 삶을 위해 한 번쯤 영혼의 통로를 찾아 떠나 볼 일이 아니겠는가.

▲ 가을에는  기차를 타고  떠나보자,  영혼의  종소리를  들으려 ...                                                          © 김춘경기자

 

- 김춘경 (金春璟)/사공 (1961년생): 시인, 시낭송가, 문화저널21 편집위원
              * 성신여대 정치외교과 졸업 , 목원대 피아노과 졸업
              * 2007년 미국 포이트리닷컴과 국제시선집 편집인 추천 우수상
              * 시집: [그대가 내게로 오기까지].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등..
              * 음반:  김춘경 시낭송, 시노래 기념음반 1,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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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21 / 편집위원, 시인
아름다운 삶의 향기는 진정한 의사소통(communication)에서 비롯되어 우리들의 맑은 영혼을 가꾸고, 한줄의 詩가 되고, 음악이 된다. 문화저널21의 향기를 사랑하고 싶다.
 
2008/09/01 [09:58] ⓒ 문화저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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