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김춘경
2008/4/30(수)
꽃이 져도 화사한 이 봄날에  

**** [김춘경 낭송칼럼] 꽃이 져도 화사한 이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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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져도 화사한 이 봄날에

 
김춘경기자
[김춘경 낭송칼럼]


낙화  /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낭송:김춘경)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봄이다 싶더니 어느새 이 한 구절에 가슴이 쓰러지는 완연한 봄날이다. 연분홍 치마 휘날리며 만발하던 벚꽃도 젖어드는 꽃비로 떨어져 추억을 적신 채 사라져 버리고, 섬진강변 매화꽃도, 선운사 동백꽃도, 개나리, 진달래도, 모두 여기저기 봄비 내린 흔적 따라 잊어야 할 중증의 기억들마냥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들이 한 잎씩 져 버렸다.

 혹자는 오는 것은 기어코 가고,맺힌 것은 풀어지며,숨은 것들은 드러나는 게 세상 이치라 했는데, 여린 마음 들뜨게 만드는 이 화창한 봄날, 별반 온 것도 드러난 것도 없는 세상, 한 잎씩 지고 마는 꽃잎을 보면서 덩달아 가는 세월 놓치고 싶지 않은 여심이 욕심이라면 과한 것일까?

 해마다 이맘때쯤 분분히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읖조리고 싶은 시 한 편이 있다면 바로 이 시, 청록파 시인 조지훈님의 [낙화]다. 이 시는 피었다 지는 꽃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서글픔을 차분하게 노래해, 인생의 덧없음을 특별한 비유없이 표현해낸 묘사적 심상이 도드라진 시이다.

 특히 이 시의 첫 구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와 마지막 구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는 시의 문학적 해석이나 성취와 관계없이 정치인 또는 칼럼니스트 등, 여러 사람들의 글이나 말 속에 많이 인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 속에 내포된 절제된 언어의 깊은 뜻을 낭송을 통해 가슴 속 밑바닥에서부터 끄집어내 펼쳐 봄은 즐거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 꽃이 지기로소니
 - 바람을 탓하랴

 시의 첫 구절을 천천히 되새겨 읊어 보자.  이 한 구절만 가지고도 이 시가 나타내고자 하는 자연의 섭리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낄 수가 있다. 바람은 꽃을 지게하는 힘일 수 있지만 바람을 탓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한다는, 시인의 심상을 소리를 통해 다시금 확인하는 작업, 바로 낭송의 재미라 할 수 있다.

 꽃이 지기로소니 /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 // 촛불을 꺼야 하리 / 꽃이 지는데 // 꽃 지는 그림자 / 뜰에 어리어 // 하이얀 미닫이가 / 우련 붉어라. //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 // 아는 이 있을까 / 저허하노니 // 꽃이 지는 아침은 / 울고 싶어라.

 꽃이 진다. 방 안에서 구슬발 뒤로 보이는 밤하늘에 드문드문 별이 보이고, 소쩍새 울음 뒤에 먼 산이 다가오는 듯한 배경에, 깊은 밤 떨어지는 꽃잎이 달빛에 어려 창호지문에 비치는 풍광, 아침에 일어나 보니 꽃진 모습에 울고 싶은 심정이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된 아름다운 글. 이런 글을 깊이 공감하며 차분한 어조로 시인의 심상 속에 앉아 낭송해봄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아니, 직접 낭송을 하지 않더라도 낭송을 눈을 감고 듣기만 해도 참 좋은, 슬프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꽃 지는 봄날의 행복이 아닐까.

  이처럼 낭송은 시가 가진 서글픈 의미도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힘이 있다.
  시는 꽃이 져서 울고 싶지만, 낭송을 하는 이나 듣는 이는 낭송에 심취해 시속에 빠져들어 꽃이 져도 행복하다는 이율배반 적인 말이 통한다. 세상에 봄소식을 알리며 피었던 온갖 꽃들이 사라져 버려도 울림을 통해 꽃의 아름다운 잔상은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기에..

  봄꽃이 하나 둘 떨어지는 요즘 우리 사회는, 보따리 풀린 삼성특검에 이어 쇠고기 수입개방으로 인한 광우병 논란에 이르기까지, 떨어져 뒹구는 꽃잎들처럼 여기저기에 어지럽고 시끄러운 문제들로 무성하다.
 오는 것은 기어코 가고,맺힌 것은 풀어지며,숨은 것들은 드러나는 게 세상 이치라 했으니, 시인이 아니라 해도, 꽃이 지는 아침엔 울고 싶은 마음 안고 묵묵히 가는 봄날 붙들지 못하는 심정으로 좋은 소식들을 기다려 볼일이다. 오는 것이 기어코 간다면 가는 것은 또 기어코 오지 않겠는가.

 이 낭송을 들으며 금년 40주기를 맞는 진정한 풍류시인의 [낙화]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본다. 꽃이 져도 눈부시게 화사한 이 봄날에..


▲ 꽃이 지는 아침엔 울고 싶은,  눈부시게 화사한 이 봄날에..                                                                   © 김춘경기자


- 조지훈 * 시인, 수필가. 본명 조동탁 (1920년~1968년 사망)
            * 경북 영양 출신, 동국대학교
            *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 등단
            * 한국 시인 협회장(1968),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소장 (1962)
            * 시집 [승무], [여운]. [역사 앞에서] [풀잎단장] 등..

- 김춘경 (金春璟) /사공, 1961년 서울출생, 성신여대 정치외교과 졸업
              *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시인, 시낭송가
              * 2007년 미국 포이트리닷컴과 국제시선집 편집인 추천 우수상
              * 시집: [그대가 내게로 오기까지].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등..
              * 음반:  김춘경 시낭송, 시노래 기념음반 1,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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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21 / 편집위원, 시인
아름다운 삶의 향기는 진정한 의사소통(communication)에서 비롯되어 우리들의 맑은 영혼을 가꾸고, 한줄의 詩가 되고, 음악이 된다. 문화저널21의 향기를 사랑하고 싶다.
 
2008/04/30 [15:21] ⓒ 문화저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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